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7

시 (2010) 1. 이 영화는 중심인 사건보다 말이 늦게 도착한다.이 작품은 영화 속 사건의 순서나 결과보다 인물이 겪은 사건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을 먼저 볼 수 있다. 영화 속에는 시를 쓰는 장면이나 완벽히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순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인물의 침묵과 행동이 영화의 중심을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나는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사건이 일어난 순서나 원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고 내면에서 재구성해 나가는 방법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흐름을 따라오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장면 속 작은 표정이나 손짓, 시선의 흔들림 하나하나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영화 속 인물과 자신들의 감각을 비교하고 연결해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완전히 완.. 2026. 1. 16.
즐거운 인생 (2007) 1.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관계영화 을 보면 인물들의 관계와 하루의 일상적인 움직임이 영화 속 사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특별한 사건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영화의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나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말하지 않고 전달되는 감정과 행동들을 관찰하면서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을 느꼈다. 밥을 먹는 장면이나 길을 걷는 장면, 반복되는 업무나 습관 속에서 작은 갈등과 화해를 통해 인물들과 감정을 나타낸다. 이 과정은 빨리 이해하도록 서두르지 않고 관객이 천천히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해준다. 장면마다 인물들이 잘 드러내지 않는 심리적인 행동과 생각들이 보이면서 평소 쉽게 지나쳤던 인간관계의 고민들을 다시 떠올.. 2026. 1. 15.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1. 이 영화는 기억을 이야기하지 않고 배열을 보여준다.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들은 이 영화가 기억에 관하여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아픈 기억인지, 왜 지우고 싶은 기억인지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억이 어떤 순서로 정리가 되고 어떤 방식으로 흩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장면들은 시간 순서에 맞춰서 흘러가지 않고 이미 끝난 사건들이 현재의 사건처럼 다시 작동한다. 이 배열 덕분에 관객은 인물의 과거를 이해하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이 구조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느꼈다. 기억의 정확한 내용보다 기억이 정리되어 가는 방식이 인물을 더 정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2. 영화 속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중심 설정은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2026. 1. 14.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5) 1. 말을 아끼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이다. 감정을 무작정 드러내기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식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려는 장면은 거의 없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시간만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관계는 설명이 없이도 조금씩 발전하며 관계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 영화가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보여준다기보다 이미 시작된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지를 지켜보게 만들어 준다고 느껴졌다. 대화의 양이나 표현의 크기가 아니라 함께 보내는 시간과 과정들이 관계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관계들은 감정적으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 2026. 1. 13.
관상 (2013) 1. 처음부터 말을 믿지 않는 영화을 보게 되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인물들의 대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인물들은 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중요한 판단은 말이 끝난 뒤에 내려진다. 시선이 잠시 멈추는 순간, 표정이 굳어 있는 시간, 고개를 돌리는 방향 같은 것들이 대화보다 먼저 보인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어떤 인물은 그 시선에 대한 설명을 하려 하지 않고 충분히 들여다본 뒤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은 빠르지 않다. 인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서로를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말보다 시선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세계를 펼쳐가며 흘러간다.2. 얼굴을 읽어내는 일이 늘 정확하지.. 2026. 1. 12.
완득이 (2011) 1. 이 영화가 관계를 배치하는 방식를 처음 봤을 때에는 사춘기 청소년의 사건을 중심으로만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다시 이 작품을 보았을 땐 사춘기 청소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기보다 실제 영화는 인물 간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 속 누군가는 보호자이고 누군가는 지도자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방관자처럼 위치하지만 이 역할은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관계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관계의 배치가 바뀌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보다 어떤 순간에 인물들의 관계가 변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구조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은 특정 인물의 성장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 사이의 멀었던 간격이 줄어들.. 2026. 1. 11.